고양이가 높은 곳으로 점프해서 올라가는 수직습관이 있다. 심지어 고양이는, 집사와 사는 집이 50평 이상의 너른 공간이라 할지라도, 캣타워나 높은 공간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상하운동을 할 수 없다면, 살기에 적당하지 않은 '좁은' 공간이라고 여긴다. 이런 고양이의 독특한 습성이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시작됐는지 알려드린다.
1. 고양이의 높은 곳 지향 습성은 사막에서 살던 DNA 때문
오래 전, 고양이가 인간 사회로 유입되기 전에 살았던 사막은 바람이 강한 곳이다. 사막에서는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바람이 더욱 강하게 불어댄다. 세찬 바람은 모래 언덕을 만들고, 바위를 버섯 모양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막은 물이 부족하고, 풀과 나무도 매우 적고, 빗물보다 말라버리는 수분 양이 더욱 많아서 생명체가 살아내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
그래도 생명이란 살아내는 힘! 그곳을 터전 삼고 살던 고양이는 그들만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모래 언덕인 사구와 바위 위를 올라가 저 멀리부터 몰려오는 모래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감지해야 했다. 어디에 목을 축일 수 있는 물 웅덩이가 있는지, 잠깐 쉴 만한 그늘이 있는지, 위협적인 덩치 크고 사나운 동물이 주변에 있는지, 고양이는 정확한 정보를 알기 위해 자신을 둘러싼 모래환경을 힘차게 디딛고 더 높고 높은 곳으로 점프해 올라갔다. 그때의 기억이, 그때의 DNA가 흐르는 고양이는, 그때의 그곳보다 훨씬 안락하고 편안한 현대 사회 속에서 집사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도, 여전히 그때를 기억하며 본능적으로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사막에서 살던 DNA와 사막의 노스탤지어가 고양이를 끝없이 높은 곳으로 오르게 하는 것이다.
2. 편한 것보다 높은 곳의 자유가 더 좋아
'낮은' 땅의 세계는 편하지만, 그래도 고양이는 높은 곳의 자유를 선호한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주위 상황을 먼 곳까지 살펴볼 수 있다. 성가신 집사의 손과 주변 동물로부터의 영향을 덜 받는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많은 해충을 피할 수도 있다. 마음에 드는 사냥물을 발견하면 곧바로 돌진할 수도 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이런 자유의 혜택은 더욱 풍성해진다. 본능과 경험에서 나온 이런 유익 때문에 고양이는 언제나 높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한다. 비록 내려오지 못해서 집사를 당황시킬지라도 일단 높이 올라가고 본다. 간혹 전봇대 꼭대기나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해서, 사람들이 차량 및 기계 장비를 동원해 고양이를 구조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과연 그 고양이가 높은 곳에 오르는 일을 멈출까?
3. 자유의 분량이 서열의 순서
높은 곳의 자유는 고양이를 매혹시킨다. 높을수록 높이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지만 그만큼 혼자서 안락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누리는 데에는 더욱 유익하다. 독립심과 경계심이 많은 고양이는 높은 자리를 겁내지 않고 묵묵히 즐긴다. 그리고 그 분량만큼 서열의 높이가 매겨진다. 고양이는 높은 위치로 자신의 서열을 과시한다. 그렇게 자유롭게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의 안식처에서 낮잠을 즐긴다. 자주 성가시게 구는 집사를 내려다보며 그때만큼은 ‘사냥 안 하고 저 큰 두 발 고양이 덕에 치킨 먹고 연어 먹는 것이 좋긴 좋구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주의하고 챙겨야 할 점
전봇대나 나무 꼭대기보다야 다행스럽지만, 실내의 고양이도 캣타워는 물론, 부엌 선반 꼭대기, 장롱 위, 냉장고 위까지 마구 올라간다. 그리고 그 정도 높이에서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바닥으로 팡팡 뛰어내린다. 그 모습이 참으로 멋지고 귀엽고 대단하기는 하지만, 고양이 관절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니 고양이의 안전과 집사의 걱정을 줄이기 위해서, 고양이가 잘 올라가는 높은 곳 옆에 중간에 한번 디뎌서 점프 충격을 완화해줄 만한 고양이용 계단이나 낮은 선반 등을 붙여놓는 것이 좋다.
또한, 고양이가 올라가서 활동하는 높은 곳에 이런저런 소품이 비치돼 있다면, 고양이는 호기심으로 냄새를 맡아본 후, 츄르가 아니라면, 모두 밀어서 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릴 것이다. 그러니 유리제품이나 화분이나 기계류는 반드시 다른 곳으로 옮겨두는 것이 좋다. 고양이님의 취미생활을 위해서라면야 뭐, 놔두셔도 괜찮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