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여유롭게 집 주변을 산책하고 싶은 냥집사들의 로망에 대한 문제점과 그 해결점을 제시해 본다. 하지만, 수의사들과 베테랑 집사들은 대부분 반대한다. 고양이와의 산책에 대한 정확한 진단으로, 산책을 해볼 것인지, 아예 시도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우리 고양이들에게 가장 유익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고양이와의 산책을 반대하는 이유와 그 대책
외국 냥집사들은 고양이를 자전거에 태우기도 하고, 함께 여행도 다니고, 한 시골 할머니 집의 귀여운 누렁 고양이는 할머니 따라 동네 마실도 다닌다. 그런데 그런 고양이들은 환경이 안전한 곳에서 새끼 때부터 그렇게 키워졌거나, 자기 스스로 집사의 ‘큰아들’로 자처해서 졸졸 따라다니는 고양이들이다. 하지만, 실내에서만 살던 고양이가 어느 날 산책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여러 곤란한 위험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문제가 있으면 해답도 있을 것이다.
① 질병 노출의 위험
집 밖에는 질병에 대한 노출이 훨씬 많고 쉽다. 바깥에는 바람도 불고 간간이 나무와 화단 냄새도 맡을 수 있으니 고양이에게는 새로운 놀이 같은 도전이긴 한데,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질병의 노출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책 ↓
O 주기적 예방 접종과 항체검사를 반드시 챙긴다.
O 고양이와 함께 걷는 곳이 비교적 깨끗하고 안전한지 유의해서 지켜본다.
O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문가에 미리 준비해 둔 물수건으로 고양이의 두 눈과 콧구멍과 귓속과 두 손바닥과 두 발바닥과 꼬리와 몸통을 슥슥 훑어가며 닦아낸다. 외부에서 묻어오는 풀잎과 벌레와 먼지를 상당량 제거할 수 있다. 고양이는 매우 싫어하겠지만 첫날부터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다 닦으면 칭찬용 간식 한 알을 선물로 준다.
② 도시의 애매한 산책길이라는 위험
도시에서는 집고양이에게 가깝고 마땅한 산책길이 마땅치 않을 때가 많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피할 수 없는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과, 주인과 함께 나온 강아지들도 꽤 많은데, 그 모든 것이 집고양이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된다.
대책 ↓
O 집 주변의 조용한 산책로를 미리 물색해 둔다. 물론, 처음 산책은 집 앞에서 5~10분 정도만 머물고, 익숙해지면 미리 알아둔 집 주변 산책길을 걸어본다.
O 고양이를 이동백에 넣어 어깨나 등에 매고 직간접적 산책을 경험시켜 주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결국 고양이를 밖으로 꺼내게 될 것이다.
O 산책 중에, 강아지나 큰 개가 다가온다면, 거리가 멀어질 때까지 반드시 내 고양이를 들어 올려 잘 안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물들끼리 호기심을 보이다가 순식간에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큰 개는 아무리 순화된 도시의 개라고 해도 순간적으로 야생성이 발동해서 다른 작은 동물을 사납게 공격하는 경우가 있다. 반드시 주의하도록 하자. 집사가 고양이를 번쩍 들어 안고 있다면 다른 동물들이 함부로 내 고양이에게 덤벼들지 못하고, 놀랐던 고양이도 집사를 의지해서 금세 안정을 찾게 된다.
③ 놀라서 도망간 고양이를 영영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는 위험
실내에서 생활했던 고양이가 산책하게 되면, 모든 것이 새로우면서도 두려움이기도 하다. 만일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놀란 고양이는 목줄이든, 하네스든, 집사의 줄 놓침이든 여러 이유로 집사를 떠나 도망쳐버릴 수가 있다. 고양이는 최대 시속 48km까지도 빠르게 달릴 수 있다. 그렇게 멀리 재빠르게 도망간 고양이를 되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고양이를 영영 못 찾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책 ↓
O 고양이가 놀랄 만한 상황은 일찌감치 되도록 피해서 걷는다. 고양이가 겁낼 만한 상황이 생기면 즉시 안아 들어서 그 방향을 쳐다보지 않도록 시선을 바꿔준다.
O 고양이용 하네스를 착용시켰다 해도, 고양이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작은 어깨뼈를 좁게 조일 수도 있고, 몸이 매우 유연하기 때문에 잠시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O 하네스 줄 길이는 집사의 키 정도 이하로만 유지하고, 줄 끝부분을 집사의 손목에 먼저 둘러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하네스 줄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O 산책 시작 며칠 전부터, 실내에서 하네스를 착용하고 함께 걷는 연습을 미리 해보는 게 좋다.
④ 매일 산책하려고 졸라대는 위험
고양이가 바깥세상을 몰랐을 때는 상관없지만, 산책을 시작해서 낯섦과 두려움이 어느새 익숙함으로 변하면, 고양이도 슬슬 바깥 콧바람을 즐기게 된다. 길가 화단에 묻어있는 세상 돌아가는 냄새를 열심히 맡으며 탐구하기 시작하고, 시멘트 바닥에 몸을 마구 구르기도 하게 된다. 바로 그때부터 우리의 고양이는 매일 바깥으로 나가자고 문 앞에서 무척이나 졸라대기 시작한다. 고양이는 자신의 주거지 경계에 대해 인지하고 지키는 습성이 있는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한번 산책로에 자기 냄새 묻혀 자신의 영역으로 접수했으면, 반드시 항상 나가서 ‘순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책 ↓
그에 대한 대책이란, 고양이님이 요구할 때마다 함께 나가서 산책해 드리는 것 외엔 없다. 그것을 거역할 땐, 고양이님의 잔소리가 한동안 커지게 돼있고, 그러다가 점점 의기소침해지고 매우 실망하고 기운 빠져하시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집사는 “어제 산책했으니 오늘은 그냥 집에 좀 있자”라고 하겠지만, 고양이님은 “어제 산책했으니 오늘도 해야지!”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루틴이 된 것이다. 집사가 직장일이나 학교 때문에 도무지 산책할 여력이 없다면, 고양님에게 부탁하고 애원해 보는 수밖에 없다. “저기요 냐옹님, 오늘은 내가 너무 피곤해서 도무지 같이 나갈 수가 없으니 부디 오늘은 좀 봐주세요!”라고 말이다. 하지만 고양이님이 이해해 줄지는 모르겠다.
>> 정말로 고양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의 고양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산책을 원할까, 하는 문제를 짚어 보자. 집에서 지내는 고양이는, 놀랍게도, 바깥세상 산책에는 그리 관심이 많지 않다.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집사와 지내는 공간이 자기가 사는 세상의 모든 곳일 뿐이다.
그런데도 고양이가 좁은 창틀에서 낮잠까지 자면서 창밖 구경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산책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사람이 TV 보며 즐기듯, 고양이도 창문 브라운관으로 세상 돌아가는 자기만의 재미난 TV를 시청하는 것이다. 가까이 대면하면 무서운 행인들도, 자동차도, 동네 개들도, 창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그것은 재미난 TV가 되고 영화관이 된다. 고양이가 종일 집에만 있는 것이 지겨울 것 같고, 심심할 것 같고, 그래서 불쌍하기도 한 것은, 실제 고양이의 마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집사의 인간적 감정이 투영된 것이다.
대책 ↓
고양이에게 좀 더 활력 있고 재미있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면, 여러 위험 요소가 가득한 산책 외에, 실내 환경과 루틴을 바꿔보는 것이 더 낫다.
O 수직 공간에서의 상하운동을 좋아하는 고양이에게 제대로 된 캣타워를 선물해 주는 것이 좋다. 캣휠도 좋다. 집 공간이나 지갑 사정이 마땅치 않으면, 고양이가 들어갈 만한 박스를 4~5개 쌓아 구멍 뚫고 연결해서 직접 박스 캣타워를 만들어 주는 방법도 있다. 우리의 고양이님들은 비싸고 화려한 캣타워보다 그 박스 타워를 펜트하우스 놀이동산으로 여기며 매우 행복해 한다.
O 고양이 전용 비디오나 고양이용 음악을 틀어준다. 고양이들이 비디오를 재미있게 집중해서 보는 모습은 집사에게도 즐거움이 된다.
O 혼자 실내 구석구석을 사냥놀이하면서 간식을 한 알씩 꺼내먹을 수 있도록 적당한 장난감을 집안 여기저기에 비치한다.
>> 글을 마치며
이처럼, 바깥환경의 예상치 못한 위험한 변수와, 겉보기와 다른 고양이의 본심으로 인해, 고양이와의 산책은 권장되지 않는다. 만일, 산책하게 될 경우엔, 집사의 안전 레이다망은 상하좌우 전후안팎 360도로 켠 채 매 순간 상황 주시를 해야만 한다. 고양이와의 산책은 집사의 생각만큼 고양이에게 필수사항은 아니지만, 우리 고양이님들에게 물어봐서, 산책을 해보겠다고 하시면, 그땐 어쩔 수 없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문밖을 나서도록 하자. 뭐 어떡하겠는가. 물론, 그 시작은 일상의 또 다른 고정 루틴이 된다는 사실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